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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사익편취 규제·공시의무 대상 대기업집단 줄인다

연합뉴스 /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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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네트워크 구성, 금산분리 규제 조정 방안 등 모색
외국인 총수 지정 산업부와 협의...공정위 올해 업무계획 보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공시 의무 부과 대상이 되는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자산 5조원 이상'보다 높여 규제 적용 대상을 줄이는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금산분리 제도와 지주회사 제도도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 보고했다.
대기업집단은 일부 대기업 규제를 적용받는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과 상호출자 금지 등 전체 규제를 적용받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으로 나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요건은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자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인 기업집단으로 바뀔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에 발맞춰 14년 전 만들어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도 GDP와 연동하거나 기준금액을 상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GDP의 0.2% 또는 0.3%로 할 수도 있고 자산 기준액을 6조원이나 7조원으로 늘리는 방법도 있다"며 "(학계·법조계·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기업집단 정책네트워크의 의견을 듣고 저희도 연구해서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2009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제도 도입 이후 자산 기준이 변하지 않아 집단 수가 2009년 48개에서 지난해 76개로 58% 늘었다"며 "법 집행 대상 기업집단 수가 과다하게 증가했고 중견기업의 부담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1년 명목 GDP는 2천71조7천억원으로 2009년 대비 71.9% 증가했다.
그러나 공시대상기업집단 범위가 좁아지면 기업집단에 대한 자율 감시 기능과 사익 편취 차단 효과가 약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 계열사 간 주식 소유현황,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현황, 순환출자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자산 기준액이 7조원으로 높아질 경우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지난해 5월 기준 76개에서 56개로 20개 줄어든다.
크래프톤[259960], 삼양, 애경, 한국지엠, 하이트진로, 현대해상화재보험, OK금융그룹, 농심 등이 빠진다.
공정위는 이와 별개로 대기업 내부거래 공시 기준도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TV 제공]
공정위는 내달 중 기업집단 정책네트워크를 가동하고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제도(금융사의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의 금융·비금융사 동시 소유 금지), 지주회사 제도 등의 중장기 발전 방향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윤 부위원장은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금융위원회도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완화냐, 구체적인 완화 내용이 뭐냐까지 말씀드리기 이르지만 규제가 강화되는 방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완전 모자회사 간 내부거래에 대한 사익편취·부당지원 규제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편법적 지배력 승계, 부실 계열사 지원 등은 엄정히 제재하고 총수익스와프(TRS) 등 금융상품을 이용한 부당 지원·채무보증 금지 규제 우회 행위 규율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비금융 지주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유형에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를 추가하고, 산학협력단 등이 보유한 기술의 사업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술지주회사는 대기업집단에 영구히 편입되지 않도록 하거나 편입 유예기간을 현행 10년보다 늘린다.
아울러 공정위는 기업집단 동일인(총수) 판단 기준, 변경 절차 등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기업에 동일인 지정에 관한 의견 제시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기 위한 기준 마련도 계속 추진한다.
윤 부위원장은 "외국인 동일인 지정 문제는 (미국 국적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지배하는) 쿠팡만 관련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원만하게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동일인의 배우자나 2·3세가 외국인 또는 이중국적자인 기업집단이 최소 10여개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공정위의 역할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장소인 시장을 잘 만들고 관리해 유용한 경제·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갑질, 카르텔 등 공정한 시장경제에서 용납될 수 없는 지대 추구 행위를 막는 것이 공정위뿐 아니라 정부 모든 부처의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고 한 위원장이 사후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지대 추구 행위는 인위적인 진입 장벽이나 정치적 로비 등으로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는 행위를 가리킨다.
윤 대통령은 또 "공정위는 일반 경제부처와 달리 경제 사법부처로서 예측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건 처리에 적용되는 규범, 처리 결과의 수준뿐만 아니라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통상 금융위원회와 함께 신년 업무보고를 해왔으나 올해는 법무부, 법제처와 함께 보고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조사·정책 부서 분리를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조사 공문 구체화, 피조사 기업의 자료 반환 청구 절차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법 집행 시스템 개선 방안도 확정·이행할 예정이다.
심결의 독립성·공정성을 위해 조사·심판 부서 간 인사이동을 제한하고 근무 공간도 분리하기로 했다.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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