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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포항지원, "전대인(轉貸人) 한국토지주택공사도 필요비 상환 의무"

로이슈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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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수비리가 12년치 임차료보다 많아
대한민국법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영세민을 위해 ‘기존주택 전세 임대’ 사업을 시행중인 가운데, 해당 임대주택에 수리비가 발생했다면 LH에게도 필요비 상환의무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전지은 판사는 2024년 4월 3일, 원고 A씨가 피고들인 임대인 B사와 전대인 LH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2,05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최종 송달일 다음날인 2023. 12. 9.부터 다 갚는 날가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가집행가능)”고 판결을 선고했다(2023가소109147).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필요한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2조 제1항). 여기에서 '필요비'란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을위하여 지출한 비용을 말한다.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존속 중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와 관련한 임차물의 보존을 위한 비용도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임차인이 필요비를 지출하면, 임대인은 이를 상환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6다227694 판결).
-무주택자인 A씨는 2008년 7월 주거취약 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LH가 시행하는 기존주택 전세임대 지원을 받아 경북 포항시에서 다세대주택을 임차했다. LH가 부동산 임대업체 B사와 보증금 1,5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맺고, LH(전대인)가 다시 A씨(전차인)와 입주자 부담금 75만원, 월세 11,870원으로 2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이후 12년간 계약을 갱신하며 해당 주택에서 살아오던 중 2020년 8월 태풍 ‘마이삭’이 동해안 일대를 강타하면서 A씨가 살던 다세대주택 5개동의 지붕이 주저앉았다. 수리비에는 모두 6,800만원이 들었고, A씨는 이중 일부인 205만원을 내야했다. 이 금액은 A씨가 12년간 살면서 낸 임차료 180만원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이에 A씨는 건물주이자 임대인인 B사와 전대인(轉貸人)인 LH에 대해 수리비 상환을 청구했다.
그러나 B사는 파산해 변제 능력이 되지 않았고, LH는 “수리비 청구는 임대인인 B사에 해야 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B사와 LH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LH는 “부동산에 하자가 발생해 임차인이 보수를 요구할 경우 임대인인 B사가 즉시 보수해야 한다”는 계약서 조항을 들면서 손해배상을 거부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같은 약정만으로 필요비 상환의무가 면제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LH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측 조필재 변호사는 “타인의 부동산을 임차하여 주거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해주는 LH는 입주자(전차인)와의 특약이 없는 한 부동산 보존·수선에 드는 필요비 배상의무를 회피할 수 없다는 판결이다”고 말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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